2007년 08월 06일
D-WAR는 절대 스토리가 부족한 영화가 아니다.

(그림출처: NAVER)
요즘 최고의 화제작(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인 '디워'를 지난 주 금요일에 보고 왔다.
솔직히 말해 디워를 보러 가는 내 마음은, 옛날 '원더풀 데이즈'를 보러 갈 때의 마음보다 조금 더 평온한 정도였다.
원더풀 데이즈를 보러 갈 때는 어땠냐고? 그야 뭐…
였지.
그에 비해 디워를 보러 갈 때는…
정도?
아무튼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영화를 관람했다.
이 건방진 생각은, 조선시대 장면에서 아트록스군이 쳐들어오는 장면의 첫 포격씬에서 싹 날아갔다. 삐딱하게 기대 있던 마음가짐을 정좌시킨 후 다시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남주, 여주'가 등장하자마자 날아갔던 건방진 생각 부활.

이 커플, 디워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로 꼽고 싶다.
영화는 중반으로 들어와서, 다시 미국 이야기. 주요 등장인물도 웬만큼 나오고, 스토리는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이 영화는 스토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히려 스토리가 넘쳐나서 문제가 될 지경이었다. 이 이야기는 결론에서 다시 말하기로 하고.
그보다 미국편 남주랑 여주!
디워에서 제일 큰 문제는 너희들이야! 그런고로…

아무튼 영화는 그렇게 끝나고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훌렁훌렁)
이 영화에 대한 몇 가지 감상을 남길 수 있었다.
1. 스토리의 과부하
처음에도 말했듯, 이 영화는 절대로 스토리가 부족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스토리에 개연성을 넣기 위해 추가한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시원시원하게 흘러가야 할 액션 시퀀스들 - 즉 도심파괴씬(괴수영화에서 이거 중요), 추격씬 등이 이런 장면들에 가로막혀 되려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는 심형래 감독의 스토리 피해의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용가리 때부터 그놈의 스토리에 대해 얼마나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는가. 우리나라 영화판의 고질적인 문제, 그놈의 스토리. 제작자건 관객이건 평론가건 영화기자건 입만 열면 스토리 스토리. 대체 트랜스포머에서, 디워에서, 다이하드에서 왜 그놈의 스토리를 들먹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 '스토리 증후군'을 영화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 컨텐츠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화는 교육적이거나 공익성이 있거나 사회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겉으로 보기에 고상하고 뽀대나야 한다. 즉 '뭔가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지독한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후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
이야기가 좀 많이 샜는데, 결국 디워에서 부족한 건 스토리가 아니라 구성이었다. 과도하게 들어간 개연성을 시원시원하게 잘라내고 액션 시퀀스로 깔끔하게 이어주었으면 훨씬 완성도가 살아났을 것이다.
2. 이 영화에서 첫째와 둘째로 손꼽히는 문제: 지독한 연기실력.
조선편 주연 둘, 미국편 주연 둘. 안그래도 구성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지는 비 액션 시퀀스들을 한 발짝 더 물러나서 보게 만드는 그 연기는 정말… 어떤 의미로는 압권이었다.
사실 이는 심형래 감독의 부족함일 가능성이 크다.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게 왜 감독 잘못이냐고? 그렇지 않다. 배우의 연기는 감독의 연기지도를 통해 상당부분 향상될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올드보이'다.
올드보이 이전에 유지태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는 절대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보여준 연기는 예전 그의 출연작들을 싹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훌륭했다. 유지태의 연기실력이 늘어서? 아니다. 그 다음에 찍었던 '내추럴 시티'를 보면 다시 그의 본 실력이 드러난다(…).
올드보이의 '유지태 배우 만들기'는 DVD의 스페셜 피처에 잘 드러나 있으므로 관심 있는 사람은 꼭 보도록.
비슷한 예로 일본영화 '배틀로얄'이 있다. 침대에 팔꿈치를 괴는 각도 하나만으로도, 연애감정을 고백하면서 부끄러워하는 소녀의 심경을 죽이고 살리는 그 세세한 연기지도에는 '과연 거장'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이것도 DVD 스페셜 피처에 나오는 장면이니 찾아 보면 좋을 듯.

3. 최고 수준의 액션
정말 최고 수준이란 말은 과언이 아니다. '이만하면 잘 만들었네'가 아니라,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최고 수준'이다. 사실 저 '아쉬움'도 어쩌면 개인차가 있을지 모르겠다. Saga는 근대화기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이무기가 터미네이터처럼 마구 몰아쳐대는 모습을 바랬던지라, 이무기가 약간씩 머뭇머뭇한다거나, 미군 탱크가 주포를 쏘지 않는다거나 할 때마다 좀 답답함을 느꼈다. 게다가 위에서도 말했듯, 구성상의 문제 때문에 액션 시퀀스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긴장감이 자꾸 다운되는 감이 있었다. 호쾌하긴 해도 아기자기한 맛은 떨어지고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만, 이건 정말 개인차일 수 있으니 넘어가자.
하지만 액션씬을 개별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정말 훌륭했다. 특히 이제까지 전례가 드문 '뱀형 괴수'가 시내를 휘저으면서 파괴하는 장면에선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이것이야말로 괴수영화의 백미 아니겠는가. 도심 파괴!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심형래 감독이 아놀드 주지사님과 쇼부를 쳤다니, 그는 역시 뭔가 알긴 안다. 참고로 Saga의 고등학교 대선배님이다(…).

4. 애국심이나 민족성에 호소하지 말아줬으면 했다.
솔직히 말하건대, 마지막 엔딩 크레딧 부분에서 심형래 감독의 코멘터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엔딩 크레딧을 보지 않을 생각까지 했다. Saga는 영화광은 아니지만, 엔딩 크레딧은 영화의 일부라는 생각에 언제나 이를 끝까지 보고서야 나간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엔딩 직후, 크레딧 올라가기 전에 팍 들어가 있더라. 그것도 아리랑 나오는 부분에서. 쓰파…
제발 영화는 영화로만 평가하게 해 달라.
이와는 별개로, 아리랑은 훌륭한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편곡도 좋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옛날 'Remo: Unarmed And Dangerous'에서 나왔던 락 버전 아리랑에 버금가는 엔딩곡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까 면담하자고 했던 너희 넷!
가서 이무기님한테 연기 지도 받고 와!!

# by | 2007/08/06 15:14 | 트랙백 | 덧글(18)


